김수영, 꽃잎 2

from 金洙暎 2016.02.14 22:06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작업 중...

라디오에서 문득 낭송되는 김수영의 시.

기운을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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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2 


김수영




꽃을 주세요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 

꽃을 주세요 뜻밖의 일을 위해서 

꽃을 주세요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 


노란 꽃을 주세요 금이 간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하얘져가는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넓어져가는 꽃을 


노란 꽃을 받으세요 원수를 지우기 위해서 

노란 꽃을 받으세요 우리가 아닌 것을 위해서 

노란 꽃을 받으세요 거룩한 우연을 위해서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비뚤어지지 않게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소음이 바로 돌아오게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다시 비뚤어지게 


내 말을 믿으세요 노란 꽃을 

못 보는 글자를 믿으세요 노란 꽃을 

떨리는 글자를 믿으세요 노란 꽃을 

영원히 떨리면서 빼먹은 모든 꽃잎을 믿으세요 

보기싫은 노란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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