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다니다보면 여기저기 표어딱지가 가득한 걸 볼 수 있다.
화장실에 오줌 누러 가도 변기 앞에 "한 발자국 앞으로 더" 라든지,
전철안에 붙어있는 온갖 선진국형 매너를 강조하는 표어들.
최근에는 '우측 보행' 표어딱지들이 벽과 계단 한층한층마다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 정도면 표어공해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요즘 유독 심한 '우측 보행' 관련 캠페인은 우파들이 펼치는 음모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할 때마다 짜증이 난다.
제발 좀 적당했으면 좋겠다.
질서와 매너를 강조하는 구호도 과하면 개인을 억압하는 폭력이 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현상들은 아무래도 한국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가진 사람들의 속성이 반영된 것일까.
'개발=아파트'와 같은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개개인의 고유한 개성이 발현될 기대보다는
너도나도 똑같은 욕망을 좇고있다는 애처로운 현실의 반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상위 1%를 욕망하고 우측 보행을 하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물어오는 안부에
그랜저로 답하는 이런 멋대가리 정대가리 없는 사회는 분명 병든 것이 맞을 것이다.
오늘 낮에 파주의 한 인쇄소 감리를 갔다가 인쇄소 뒤켠에 광활하게 파헤쳐진 아파트 공사 현장을 보며
참으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시인의 말마따나.
"우리는 늘 안 보이는 것에 미쳐 병(病)을 따라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시에서 처럼... 술 한잔으로 마음을 달랠 일인지.
한영애가 부른 '따오기'를 곁들여 들으면 꽤 어우러질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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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오기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 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돋는 나라

잡힐듯이 잡힐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구슬픈 소리

날아가면 가는 곳이 어디 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돋는 나라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 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돋는 나라
해돋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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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노래
/정현종

물로 되어 있는 바다
물로 되어 있는 구름
물로 되어 있는 사랑
건너가는 젖은 목소리
건너오는 젖은 목소리

우리는 늘 안 보이는 것에 미쳐
病을 따라가고 있었고
밤의 살을 만지며
물에 젖어 물에 젖어
물을 따라가고 있었고

눈에 불을 달고 떠돌게 하는
물의 香氣
불을 달고 흐르는
원수인 물의 향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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